2025년 개발자의 연말결산
😎 개발하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군대를 전역하고 25년 3월에 복학했다. 이번 년도의 목표는 명확했다. “기획부터 배포까지 모든 단계를 경험하자.” 필자는 이론적인 연구보다도 실제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인 임팩트를 만들고 사용자로부터 피드백 받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그렇다보니 리서치-기획-디자인-개발-테스트-배포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기획 단계를 배우기 위해 ‘사용자경험설계’를 수강하며 실제 기업과 협업하고 대표님께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페르소나, 유저맵, 블루프린트, 인터뷰 등 개념을 배우고 익혔다. 이때까지 기획은 창의성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논리적 분석과 구조화된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기업의 시각에서 생각하는 눈도 키웠다. 보통은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디자인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블루프린트의 벡엔드가 얼마나 바뀌어야 하는지 등 기업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좋은 기획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듣고 보면 당연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개발 단계는 많이 경험해 왔지만, 직접 디자인+프론트+벡엔드까지 풀스택으로 개발하며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는 역량을 키우고 싶었다. 목표한대로 Figma + SvelteKit + FastAPI 조합으로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 2개, 팀 프로젝트 2개를 찍어내며 간단한 API 기반의 웹 서비스 구현에 익숙해졌다. 소프트웨어공학 수업에서는 기말 프로젝트를 하며 소프트웨어 테스팅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github-workflow를 이용해 unit-testing을 자동화하는 단계까지 경험했다. 이제 API 구현 정도는 겁 먹지 않고 할 수 있는, 진짜 ‘개발’자로 성장한 기분이다.
배포의 경우, 아쉽게도 AWS나 GCP를 이용한 웹 서비스 배포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대신 티스토리 스킨을 배포하고 오픈소스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저 피드백을 받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용 패턴이 다르고, 사용하는 기기나 폼펙터가 다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많이 보고되었다. MVP를 만들고 빠르게 시장에서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어왔지만, 왜 현업에 계신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직접 겪어보니 공감이 되었다.
추가로 학교에서 하는 창업프로그램에 지원해 ‘Speak2UI‘의 MVP를 개발하고 AC, VC 투자자분들께 피드백 받는 시간을 가졌다. 학술 연구에서는 태클 걸 수 없는 완벽한 결과물을 발표해야 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해내고 사용자에게 피드백 받는 단계를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느껴졌다. MVP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 낯선 개념이었지만, 때론 완벽하지 않아도 부딪히고 시도해 보는 태도가 더 환영받기도 한다는 점이 반갑기도 했다.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 방학에는 믿을 수 있는 팀원과 함께 서비스를 기획하고 배포까지 도전해보려 한다. 목표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수익화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 하더라고 기획자와 스크럼을 이용한 협업을 경험하고, PRD, 화면설계서 등 문서를 작성하는 경험을 하게된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개인 시간에는 MLOps 공부를 해보려 한다. Golang을 이용한 클라우드부터 vLLM, TensorRT 등을 이용한 LLM 서빙까지 현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지 감을 익히고 싶다.
🛠️ 현업의 개발 이야기를 듣다
PyCon 2025와 GopherCon 2025에 참여하며 현업에 계신 개발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도 유튜브를 통해 NAVER D2나 당근테크에 올라오는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다. 학교에서 하는 경험이 실제 현업에서도 쓸모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 실제 오프라인으로 현업자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현장에서 생각보다 훨씬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RAG가 무엇이고 어떻게 설계하는지만 배우지만, 현업에서는 수많은 chunking 전략부터 문서의 메타데이터 관리까지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계셨다. O11y의 경우도 학교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현업에서는 너무 당연하고 모두가 관심이 많은 주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리서치에 입문하다
1년동안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을 하며 연구 논문을 작성했다. 운이 좋게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하는 기회를 얻어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챗봇 서비스를 개발했다. 위에서 말했던 풀스택 역량 덕분에 기능 구현은 수월했다. 하지만 연구 경험은 없었기에 논문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고, 연구 주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도 행운인 건 정말 좋은 팀원들을 만나 1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선행 연구를 정리하고, Research Question을 도출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글로 잘 풀어내는 방법까지 연구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게다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팀원들이었기에 여러모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직은 1년차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 어떤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혔다.
위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 미팅에 참여하며 최신 논문, 특히 에이전트 연구를 다양하게 접했다. 멀티-에이전트의 loss function은 어떻게 정의하는지, 인간과 에이전트는 어떻게 협업하는지, Training-Free GPRO가 무엇인지 등 최신 동향을 빠르게 배웠다. 더불어 LLM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추론 능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HRM-TRM-URM으로 이어지는 소형 추론 모델의 움직임을 발견했다. 기존에 있던 RNN 계열의 아이디어를 변형해 적은 파라미터로도 LLM을 뛰어넘는 성능을 기록한 것이 흥미로웠다.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생각하여 멀티모달 문제를 결합해 간단한 개인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앞으로도 비전이나 로보틱스 분야로 확장해 reasoning에 대해 알아가보려 한다.
🤖 강화학습에 눈을 뜨다
이번 년도에 ‘강화학습입문’ 수업을 처음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는 알던 지식은 지도학습을 이용한 딥러닝이 대부분이었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강화학습을 배운 뒤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DQN을 처음 접했을 때, 지도학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긴 시퀀스의 문제를 학습시키는 것에 1차로 충격을 받고, 이 논문이 2015년에 나왔다는 것에 2차로 충격 받았다. 그 뒤로도 A3C 등 클래식한 논문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화학습에 눈을 뜬 덕분에 읽을 수 있는 논문의 범위도 넓어졌다. 연구실에서 논문을 찾아 읽을 때도 배경지식이 있었기에 Monte Carlo Tree Search나 Scalable Constrained PPO를 읽고 발표할 수 있었다. 강화학습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최근 핫한 Physical AI 논문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개념을 확장해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간단한 학습을 직접 돌려보는 것이 목표다.
🎄 2025를 마무리하며
Training only on high-quality data does not teach the model how to recover from mistakes - $\pi_0$
모델을 학습할 때, 역설적이게도 데이터에 노이즈가 섞여 있어야 강건한 모델이 만들어진다. 초반에 빠르게 수렴하는 모델은 그 위치에 안주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이번 한 해는 약간의 실패가 섞여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논문이 리젝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걸 도전하겠다며 시작했다가 후회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2026년도 실패와 성공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