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되는 AI 영어 대화, UX 리서치부터 디자인까지
* 첨부한 이미지를 클릭하면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우리의 타겟은 유저가 아닌 링글
‘제5회 링글 서비스 기획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며 어떤 과정으로 기획물을 만들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해요.
저희 기획의 타겟 오디언스는 유저가 아닌 링글이에요.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디어라도 기업에서 실행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어요. 저희는 이 점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사결정을 진행했어요. 따라서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링글의 상황에 맞는 개선 방안을 제안해요. 시장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프로토타입과 PoC를 제작해 재현 가능성을 검증했어요.
링글 앱 뜯어보기
링글은 크게 4가지 학습 코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 롤플레잉: 주어진 상황에 대해 AI와 1:1 대화를 진행해요.
- 디스커션: 아티클을 읽고 AI와 1:1 토론을 진행해요.
- 학습: 주어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배우고, 따라 말하기나 빈칸 채우기 등 활동을 진행해요.
- AI 전화: 자유 주제로 AI와 실시간 전화를 주고 받아요.
링글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롤플레잉 > 디스커션 > 학습 순서로 선호도가 높다고 해요. 롤플레잉이 선호도가 높은 이유를 추측해 보면, 롤플레잉은 디스커션과 달리 별도의 준비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디스커션을 하려면 긴 아티클을 읽고 대답을 준비해야 해요. 출근 전이나 자기 전에 시간을 내 학습하는 직장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추측했어요. 또한 학습 진행도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학습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학습은 롤플레잉과 달리 단순 암기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다른 학습과는 달라요. AI 전화는 직접적인 선호도 비교가 없었지만 학습자의 수신 거절률이 40%로 높다고 해요. 롤플레잉은 AI 질문이 끝나면 충분히 고민한 뒤 녹음 버튼을 눌러 발화를 시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AI 전화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녹음이 시작되어 바로 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겨요. 한국어로도 바로 답하는 게 부담스러운 학습자에게 영어로 실시간 답변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어요. (위 추측과 분석은 링글이 공개한 내부 데이터와 이후에 설명하는 심층인터뷰를 근거로 합니다.)
추가로 링글의 독자 기술인 CAFP 분석이 있어요. CAFP는 Complexity-Accuracy-Fluency-Pronunciation의 약자로, 학습이 종료된 후 사용자의 발화를 4가지 항목에 맞춰 분석하고 AI 리포트를 제공해요. 그 외에도 링글에서 수집한 한국인 영어 발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예시).
시장점유율 20%를 위한 분석
링글의 미션은 ‘누구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에요. 학습자의 반복되는 실수는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으나 강제 학습 장치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해요. 현재 링글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는 것이에요. 앞서 말했듯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디어라도 20% 달성이 어려우면 의미가 없어요. 따라서 링글의 현재 상황을 분석했어요. 현재 링글은 B2B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기업에 영어 교육을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에요.
링글은 웨비나를 통해 B2C 시장으로의 확장을 원한다고 했어요. 따라서 직장인 외 다른 유저층을 신규로 확보해 점유율을 높여야 했어요. TAM-SAM-SOM 분석 결과, 대학(원)생을 추가로 유입시키고 20~40대 직장인까지 확보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20대 대학(원)생과 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찾아서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당신이 원하는 답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무엇을 꿈꾸는지 파악한 다음, 그들이 원하는 감정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 세스 고딘, 마케팅이다.
사용자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불편하다’, ‘귀찮다’와 같은 피상적인 표현 뒤에 숨은 맥락과 의도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영어 회화 학습 경험 또는 영어 학습 앱 유료 결제 경험이 있는 사용자를 모집해 리서치를 진행했어요. 먼저 6명을 대상으로 1시간씩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중 5명에게는 링글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한 2차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어요. 이후 정량적 보완을 위해 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어요. 인터뷰에서 도출하고자 한 주요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아요.
- 학습자가 영어 회화 서비스에 대한 구독을 결정하거나 중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영어 회화 학습을 시작하거나 지속하게 만드는 내재적·외재적 동기는 무엇인가?
- 학습자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는 상황적 맥락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수집한 심층 인터뷰 및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아요.
학습자가 영어 회화 서비스에 대한 구독을 결정하거나 중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74%의 참가자가 공인시험 준비나 학업을 위해 영어 학습을 시작했어요. 유저들은 영어 학습 앱 무료 체험을 이용해 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해요. 그래도 억지로 해보지만 실력이 늘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계속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결국 유료 사용자도 결제를 해지하게 돼요.
영어 회화 학습을 시작하거나 지속하게 만드는 내재적·외재적 동기는 무엇인가? 사용자의 학습 지속을 위해서는 목표 페르소나(Aspirational Persona)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통계에 따르면 시험 준비 같은 외재적 동기로 학습을 시작하지만, 그 동기만으로는 학습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요.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게 하려면 동기를 내재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목표 페르소나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전략으로 사용자가 학습 동기를 잃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해요.
학습자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는 상황적 맥락은 무엇인가?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몰입이에요. 사람들은 익숙한 맥락에서 더 잘 몰입해요. 한국어로도 대화가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더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맥락 정보를 제공해 몰입을 돕는 장치가 필요해요. 나아가 상황에 맞는 뉘앙스 표현도 중요해요. 사용자가 원하는 페르소나에 어울리는 단어와 뉘앙스를 구체적 대화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야 해요. 이렇게 학습 효과를 직접 체감하면 내재적 동기가 생기고 학습도 이어져요.
또 하나의 인사이트는 커리큘럼을 통해 성취감을 높이는 거예요. 학습 목표가 명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달성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몰입감 있는 AI 롤플레잉
저희는 롤플레잉을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인 맥락을 보여주려 해요. 기존 롤플레잉은 학습 시작 전에 한 문장 정도의 설명이 있어요 (“링글 앱 뜯어보기” 참고). 사용자는 제목만 읽고 충분한 몰입 없이 바로 AI 질문을 받게 돼요. 그래서 학습 화면에서 이미지와 함께 상황을 설명하도록 구성했어요.
대화 중 문장 교정 시에도 목표 페르소나를 반영하도록 했어요. 사용자가 설정에서 목표 페르소나를 입력하면, 페르소나에 맞춰 문장의 단어나 표현을 교정하는 방식이에요. 그리고 해당 표현을 사용하면 목표 페르소나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줘요. 이미지에 있는 문장은 실제 PoC를 제작해 생성한 표현이에요. 링글의 기술 스택을 고려해 Ruby와 OpenAI API를 이용해 구현했어요.
롤플레잉이 끝나면 대화 상황에 맞는 성취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보여줘요. 방금 학습한 내용으로 어떤 학습 효과가 있었는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요.
두 번째 요소는 커리큘럼의 시각화예요. 달성해야 할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명확하게 시각화해요. 여기에 링글의 CAFP 분석을 결합했어요. 단순히 루틴을 만들고 시각화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우위를 갖기 어려워요. 따라서 링글의 분석 기술을 활용해 루틴 달성 시 사용자 맞춤 복습을 제공해요. 링글은 이미 ‘AI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명사 수 일치 실수’, ‘전치사 실수’, ‘동사 시제 실수’ 등 사용자의 발화 패턴을 카테고리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링글 측도 “반복되는 실수는 데이터로 확인”한다고 밝혔어요. 루틴 달성 시 맞춤 복습을 제공하는 방식은 사용자에게 성취감을 주면서 링글의 기존 백엔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접근이에요. 다만 링글이 “강제 학습 장치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라서 ‘틀린 횟수: n’ 같은 직접적 표현 대신 ‘복습 횟수: n’처럼 부드러운 문구로 사용자가 실수를 간접적으로 인지하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기획자와 함께 협업하며
저는 AI를 전공하며 UX 리서치와 디자인을 경험해왔고, 팀원은 경영학을 전공하며 경영전략 분석과 기획을 경험해 왔어요. 서로 다른 배경 덕분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어요. 팀원은 시장 전체를 조망하며 방향과 목표를 정의했고, 저는 사용자에 집중해 프로덕트의 디테일을 잡아갔어요. 처음에는 배경지식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좁혀준 건 ‘데이터’였어요. 예를 들어, 심층인터뷰 결과를 기술적 코딩으로 정리해 함께 보며 방향성을 논의하니, 서로의 의견을 감이 아닌 근거로 판단할 수 있었어요. 시각이 달라도 같은 데이터를 보면 대화가 훨씬 선명해진다는 걸 배웠어요.
팔레트는 주인공이 되기보단, 주인공이 가장 잘 빛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는 도구에요. 자신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물감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죠. 저희 소프트웨어는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빛날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서 돕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 Team Palette








